(나레이션) 오빠, 내 애인이야. 인사해.
아… 아, 네. 여기 앉아요. 차 줄까?
아니 차는 됐고, 얘가 요새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서 데려왔어.
근데 너 어제까지만 해도 연애 안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형, 예빈이가 저에게 어떻게 고백했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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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물어볼 거 있는데.
뭐?
너도 나 선머슴 같고 그러냐?
머슴이 아닌데 어떻게 선머슴 같아.
근데 선머슴 같은 게 뭐야?
그치? 나는 너 안 그럴 줄 알았어.
내 생각이 중요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머슴이든 뭐든.
(이 남자다)
나 어때?
뭐? 뭐가 어때.
네 애인으로 어떠냐고?
맥락 없이?
갑자기?
야! 갑자기 아니거든? 야, 너 그동안 내 이 눈빛 몰랐냐?
내가 너 몇 달 동안 지켜봤는데....
(몰랐을 리가 있겠니)
나 사실
어?
(뭐지 이 느낌은)
오~ 너 좀 설렜다 그치?
줘봐. 맥 좀 짚어보게.
맥을 이렇게 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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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런 책 읽으면 친구들이 뭐라고 안 해요?
너 여자애들한테 잘 보이려고 수 쓰는 거지? 또 웃기만 해?
너 그럴 때 좀 재수 없는 거 알아?
아니 요즘 그 ‘페미(페미니즘)’ 얘기만 나와도 시끌시끌하던데
하긴 요새 남자애들이 나만 보면 군대를 가라고 난리인데, 페미(페미니즘)’면 군대부터 가라고
아니 군대가 가고 싶다면 갈 수 있는 덴가? 엄연히 국가가 정해 놓은 건데.
왜 남자, 여자 편을 갈라서 말싸움을 해야 되는 거냐고 어?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솔직히 나도 이제 군대 가야 되는데, 솔직히 좀 싫어.
괜히 피해의식 생기는 거 같고,
나도 여자들 군대 가야 된다고 생각했어.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런 시설을 만드는 데 한참 걸리겠더라고.
그럴 바에 차라리 그 돈으로 남자도 여자도 다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거야. 어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 건 여자, 남자가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미디어야.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를 만들어 낸 전쟁이 문제라는 거지. 본질적으로.
음…일단 오빠는 본질적으로 재미가 없어. 걍 노잼.
재미없어? 아 맞다.
재미 떨어져서 마트에서 사 와야 되는데, 둘이 좀 갔다와.
뭐야.
농담이야. 진짜 뭐 좀 사올 게 있어서 그래. 내가 카톡 줄게. 둘이 갔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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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용? 아니 요새 여자들 주차를 얼마나 잘하는데.
저기 좀 봐.
요즘 내가 보는 책에서 이런 얘기 하거든? ‘여성 전용 공간이 생기게 된 이유’ 같은 거.
그러다 보니까, 여성 전용 공간이 꼭 여성만을 위한 걸까 싶더라.
음…네 말 듣고 생각해 보니까 저번에 가정폭력 당하던 여성이 주차장에서 또 그 가해자한테 사고를 당했었거든?
나는 여성전용 주차장에 도대체 왜 있는 건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여성뿐만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우리 앞으로 이런 얘기를 자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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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도대체 뭐냐? 뭔데 이렇게 다들 난리인 거야?
그래. 내가 너 생각해서 공부 한 번 해 본다. 내가 맨날 여기 와서 커피 값도 안 내는데.
뭐야. 욕이 왜 이렇게 많아.
뭐가? 나도 좀 봐봐.
뭐야? 너 페미니즘 공부하게?
공부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 내가 책도 추천해 줄게.
근데 나 노잼이라고 욕먹는 건 아니겠지?
(나 같은 남자도 페미니즘을 공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