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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시작하면, 당신은 금방 깨닫게 될 겁니다.
당신의 24시간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요.
시간 개념이 달라지고, 해야 할 일이 수도 없이 늘어납니다.
양육자는 육아라는 과제를 가정에서 협동하며 소화하게 되죠.
마치 두 사람이 같이 저글링을 하듯이요.
그런데, 이 협동은 때로 불평등해집니다.
커리어와 양육을 동시에 지키는 일. 왜 어려워질까요?
가정 내 불평등의 문제를 들여다봅시다.
평등의 방해물들
“비상 대기 모드 (On Call mode)”
육아에는 항상 비상 상황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 말이죠.
일을 하고 있는 민준 씨와 서연 씨.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불덩이라는데요.
비상 모드에 가정을 돌보러 가는 건 누구일까요?
처음에는 민준 씨가 출동했습니다.
마침 회사를 좀 일찍 나와도 되는 날이었거든요.
두 번째는 서연 씨가 출동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점점 서연 씨가 긴급 출동을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렇게 점점 서연 씨가 육아를 맡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부쩍 요즘 다툼이 잦아졌습니다.
서연 씨는 점점 육아 분담이 불공평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민준 씨는 자신이 일에 집중하는 것도 결국 가정을 위한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문제는 두 사람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은 여성이 가정과 커리어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요.
그는 일터와 가정에서의 성별 불평등이 심해지는 원인을 지적합니다.
노동 시장에서의 보상 방식 때문에 가정과 커리어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겁니다.
노동 시장의 구조와 가정 내 성평등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민준 씨와 서연 씨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볼까요?
최근 민준 씨의 가사와 육아 분담 비중이 적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새 프로젝트 때문인데요.
(“일이 몰리면 야근도 감수해야 하고, 우리 고객사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빨리 맞춰줘야 하는 일이에요. 한 번 민준 씨가 맡아보는 게 어때요?”)
민준 씨의 사례처럼 항시 대기 상태로 예측 불가능한 일정에 맞춰 일하는 직원은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하는 직원보다 보통 더 많은 돈을 받게 됩니다.
더 장시간 일하고 더 많이 불규칙한 업무에 대응하면 소득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지금 새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추가 수당으로 돈도 더 벌 수 있는데...”)
아이를 돌봐야 하는 두 사람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쪽에 특화된 분업이 일어나게 됩니다.
한 사람은 직장에서 장시간, 불규칙한 노동을 하고 한 사람은 양육과 집안일의 비상 대기 모드를 맡는 것이죠.
양육과 가정을 위한 ‘온 콜 모드’는 주로 여성이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 번째. 아이를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
서연 씨와 민준 씨는 육아 분담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나도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챙기는 게 좋지 않을까?”)
(“그건 이전 사고방식 같은데... 아빠도 똑같은 양육자지!”)
그러나 양육을 돕는 주변 가족들, 친구들이 민준 씨에게 동의하는 건 아닐까. 서연 씨는 마음이 복잡합니다.
두 번째. 직장에서도 성별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서연 씨는 ‘엄마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받습니다.
(“애가 아프면 엄마가 가야죠.”)
하지만 민준 씨가 받는 기대는 다릅니다.
민준 씨의 회사에는 아직 육아휴직을 쓴 남성이 없습니다.
그의 상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가 육아휴직? 나는 아직 그런 건 본 적이 없네.”)
민준 씨도 이런 분위기에서 육아를 위해 일을 조정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두 사람의 임금 차이 문제입니다.
월급을 비교해보면, 민준 씨가 서연 씨보다 30% 정도를 더 받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1.2%로 집계됐다.
남성이 월급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69만 원을 받는다는 뜻으로,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차이가 크다. 회원국 평균(12.1%)과 비교해도 2.6배에 달한다.)
요즘 두 사람은 경제적인 고민이 커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비가 부쩍 올랐습니다.
아이돌보미를 고용하면 추가 지출이 발생합니다.
(“아이돌보미를 고용하면 생활비 지출이 더 커지는데 어쩌지?”)
가족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네가 직장에서 버는 돈과 아이돌보미를 고용해서 쓰게 되는 돈을 비교해보면 네가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게 경제적이지 않겠니?”)
그 말을 듣고 서연 씨는 불평등한 현실을 생각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가정과 커리어, 함께 평등을 만드는 방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의 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회사, 사회라는 더 큰 영역까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가정 내에서 더 나은 소통을 시작하세요.
민준 씨는 남성이 ‘경제적 가장’이라는 고정관념과 부담을 내려놓고, ‘함께 돌봄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서연 씨와 민준 씨는 ‘엄마라서’, ‘아빠라서’ 갖는 서로의 부담을 더 터놓고 이야기하고 이해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서연 씨가 받는 사회적인 압박을 더 많이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둘은 각자의 커리어 플랜을 세우고, 번갈아서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기로 했습니다.
무리해서 야근하고 승진을 좇으며 돈을 벌기보다는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돈을 잘 계획하고 소비하기로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둘의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도움을 구하기로 했어요.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족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나눠보면 어떨까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요.
두 사람의 가정만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도 중요하겠죠.
직장에서의 대화를 돌이켜볼까요?
(“남자가 육아휴직? 나는 아직 그런 건 본 적이 없네.”)
돌봄은 어느 한 성별이 맡아야 하는 의무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회사의 관리자라면, 혹시 이런 발언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세요.
(“애가 아프면 엄마가 가야죠.”)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도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무리해서, 불규칙하게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환경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돌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이 있다면 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돌보고, 키우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공동체의 노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민준 씨와 서연 씨의 노력,
그리고 둘이 다니는 회사가 더 평등하고 돌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환경이 되는 것,
우리 사회의 노동구조가 무리해서 불규칙하게, 장시간 노동하지 않고도 모두가 생산적으로 잘 일할 수 있게 바뀌는 것.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직장 내 이런 발언 문제일까, 아닐까?
다음의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 보세요.
최근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문영 씨.
문영 씨는 복직 이후 자신이 주로 맡던 핵심 업무에서 지속적으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문영: "저기, 제가 돌아온 이후로 업무 배정이 예전과 좀 다른 것 같아요. 혹시 왜 그런지 알 수 있을까요?:
상사: "글쎄, 저는 문영 씨한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일을 덜어주고 있었어요.
이제 엄마가 됐으니까 좀 일을 줄여야죠."
사실이라면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예, 육아를 하는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B. 아니요, 핵심 담당자가 업무 할당 방법을 결정할 때 육아 여부를 고려할 수 있으므로 이는 차별이 아닙니다.
C. 아니요, 여전히 같은 역할을 맡고 있고 같은 직위를 갖고 있다면 차별이 아닙니다.
A. 예, 육아를 하는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육아를 이유로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업무 내용을 바꿔서는 안 됩니다.
문영 씨가 여전히 동일한 역할, 동일한 직위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차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민 씨는 최근 부성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 상사는 그런 성민 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사: "나는 성민 씨 너무 부럽다. 남자가 먼저 육아휴직을 하고.
나 때는 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건 꿈도 못꿨어.
요즘 자네들은 휴직하고 해외여행 가고 자기계발도 하고 얼마나 좋아."
성민 씨는 이 상황에 웃으며 놀리는 팀원들에게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사실이라면 차별일까요, 아닐까요?
A. 예, 육아를 하는 사람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B. 아니요, 부러움을 표시했고 공격적인 의도가 없었으므로 차별이 아닙니다.
C. 아니요, 육아휴직을 승인했으므로 차별이 아닙니다.
A. 예, 육아를 하는 사람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러움을 표시했다거나, 육아휴직을 승인했다는 것과 상관 없이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하는 남성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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