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IEW)

최근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교제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제폭력에 대해 민고은 변호사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민고은 변호사)

네 안녕하세요. 민고은 변호사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말씀드릴 교제폭력 그리고 스토킹범죄, 성폭력범죄 등 젠더폭력 피해자 대리를 주로 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G-VIEW)

교제폭력은 무엇이고, 발생현황은 어떤가요?

(민고은 변호사)

교제폭력을 과거에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로 많이 불렀습니다. 교제폭력은 이전부터 존재했었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친밀한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범죄가 지속되고 외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교제 폭력 112 신고 건수는 2019년에 약 5만 건, 2020년에 약 4만 9천 건, 2021년에 약 5만 7천 건, 2022년에 약 7만 건, 2023년에 약 7만 7천 건으로 확인이 됩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2019년도의 수치를 적은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G-VIEW) 

교제폭력이 전 연령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연령대별 차이가 있나요?

(민고은 변호사)

젊은 연령대가 많이 늘어나는 것 같기는 한데요. 그런데 좀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피해를 입었을 때 드러내는 것을 망설이시고 그런 피해를 입는다는 걸 창피하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범죄 사실을) 드러내는 건 20~30대가 훨씬 많은 것 같기는 해요.

(G-VIEW) 

최근 통제행위가 교제폭력의 중요한 징후로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통제행위’의 개념은 무엇이고, 그 피해 정도는 어떤가요?

(민고은 변호사)

‘강압적 통제행위’는 법률상 개념은 아니고요. 학문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지금까지는 피해에 있어서 신체적인 폭력에 초점을 맞추어 왔고 통제행위를 간과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서 누구를 만나는지를 통제한다든지 아니면 옷차림을 통제한다든지 이러한 것들이 대표적인 통제행위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 연구를 보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결별을 요구하고 가해자가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 사건들을 살펴봤더니, 그 이전에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강압적 통제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통제행위가 위험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2022년도에 지난 1년간 배우자나 파트너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을 조사했는데요. 이때 여성 피해자의 경우 폭력 유형 중 통제 피해가 25.1%로 가장 많았습니다.

(G-VIEW) 

현재 우리나라의 교제폭력 관련법은 어떤가요?

(민고은 변호사)

현재 교제폭력을 의율하는 법은 없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처벌이나 보호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교제폭력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에 기반한 법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처벌은 「형법」과 같은 기존에 있던 법률로, 피해자 보호는 범죄피해자에게 적용되는 ‘범죄피해자 안전 조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렇듯 친밀한 관계의 특수성이 고려된 법제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범죄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제폭력의 경우에는 관계가 고려되어야 하는데요. 즉 피해자가 밝히는 처벌불원 의사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가해자가 보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가해자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까지 알고 있어서 그 피해가 주변인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도 망설이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G-VIEW) 

그렇다면 교제폭력과 관련해서 어떤 법과 제도가 필요할까요?

(민고은 변호사)

친밀한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제폭력의 법제화”라고 생각하는데요. 교제폭력의 위험성은 관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큰 공백은 피해자 보호 조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보호조치에 대한 법률상 근거를 마련해서 국가가 보호조치로서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차원에서 건강한 관계 맺음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결국에는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식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현재 우리 법에서는 특별한 보호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 처벌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제폭력 피해자에게 보호 조치를 적용하려고 했을 때 사실혼 관계는 아닌지를 검토해서 「가정폭력처벌법」을 적용시키거나 스토킹 행위나 스토킹 범죄가 있어서 「스토킹 처벌법」상의 보호 조치를 적용할 수는 없는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2가지 다 불가능하다면 일반적인 범죄피해자에게 적용이 되는 범죄피해자 안전 조치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보면 교제폭력 자체를 위한 보호 조치의 정도가 미흡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G-VIEW)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요? 피해자가 더 보호받기 위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민고은 변호사)

보호조치는 피해자한테만 하는 조치들도 있는 반면, 보호조치 자체가 가해자에 대한 제한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가해자가 행한 행위를 기초로 해서 향후에 가해자가 재범을 할 수도 있다,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거예요. 그런데 가해자가 어떠한 상황에서 재범을 할 것이냐,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재범을 할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지금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에 수사기관에서 법원의 결정이 필요한 보호 조치를 신청할 때 법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가해자에 대한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준들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해자를 제한하는 방식의 보호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유발하는 것을 막는 것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지금 말씀드린 부분이 보호 조치와 관련해서 더 나아가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이 돼요.

(G-VIEW) 

친밀한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제폭력의 법제화와 보호 조치의 강화, 가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답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통제행위와 관련해서는 어떤 법과 제도가 필요할까요?

(민고은 변호사)

무엇보다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보호 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통제행위가 판단 요소로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턴화되고 반복적인(지속되는) 통제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된다면 피해자 보호 조치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물론 보호조치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는 각 사안에 따라서 개별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G-VIEW) 

통제행위와 관련된 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나요?

(민고은 변호사)

영국에서는 가정폭력법에서 친밀한 관계의 폭력을 규율하고 통제 행위도 범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호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법률혼이나 사실혼을 넘어서 교제관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법으로 규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G-VIEW) 

교제폭력 예방을 위해 사회적으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민고은 변호사)

다양한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제 폭력을 연인 사이의 사소한 다툼으로 바라보고 이것을 개인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적인 영역에서 범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그 지점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교제폭력을 바라보는 상황이라면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찾는다든지 피해자가 완전무결한 피해자여야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설명한다든지 하는 방식이 아니라 범죄피해자라면 당연히 형사 절차상의 고소나 신고와 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G-VIEW)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민고은 변호사)

교제폭력이라는 것이 얼마 전 최근에 발생했던 범죄가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던 범죄인데 최근 수많은 언론사에서 교제폭력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을 하면서 우리 사회 논의의 장에서 논의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들이 단순히 안타까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제폭력의 법제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계속해서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G-VIEW) 

오늘은 교제폭력과 통제행위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상호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 맺기에서부터 교제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일상 회복까지 전 과정의 사회적·제도적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