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은
독일 그림형제의 동화를 현대에 맞게 바꿨습니다.
주인공 라푼젤은 탑을 벗어나 땅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이렇게 노래해요.
노래하는 라푼젤, 말풍선
♬ 어디든지 가볼래. 머리를 날리며 자유를 느끼며. 나 처음 이런 자유 맛보네.♬
라푼젤은 마녀 고델에게 납치돼 열여덟 살 때까지
단 한 번도 탑 밖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물론 라푼젤이 탑 안에 묶여 꼼짝달싹하지 못한 건 아닙니다.
다만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매일 똑같은 날이 반복되자 용기를 내 아주 위험하다는 바깥세상으로 탈출합니다.
-자유: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라푼젤은 세상에서 여러 동물과 사람을 만납니다. 막시무스가 그중 하나죠.
막시무스는 전투적인 성향을 가졌지만 라푼젤과는 잘 지냅니다.
라푼젤이 막시무스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때 둘 사이의 거리를 잘 살펴야 합니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말한 적정거리 이론이 보이거든요.
관계에 따라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고 그 거리에 따라 편안함도,
긴장과 위협도 느끼게 된다는 건데요.
처음엔 거리를 두고 경계하던 둘이 친해지면서 손길을 받아들이고,
뺨을 비비며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처럼요.
보통 ‘공공적 거리’나 ‘사회적 거리’에선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요.
하지만 친한 사람과 얘기하기 좋은 ‘개인적 거리’, 가족, 친구, 연인과 속삭일 수 있는
‘밀접한 거리’는 다릅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 개인적 거리나 밀접한 거리의 경계를 넘거나
친하더라도 원하지 않을 때 이 경계를 함부로 넘는다면 폭력이 될 수 있죠.
말이나 소리, 심리적 압박으로 경계를 넘는 것도 폭력인데요.
도로에서 무리하게 끼어드는 운전이나 층간소음, 취향을 강요하는 것도
나의 자유를 내세워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적 거리’와 ‘밀접한 거리’가 허용되는
가까운 관계에서는 이런 폭력 상황이 일어나도 범죄라고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유럽양성평등연구소에서는 물리적인 폭력들은 물론 툭 던진 말이나 행동,
경제적인 해를 끼치거나 경제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행위도
모두 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폭력예방교육을 통해 폭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된다면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거나 눈앞에서 폭력 상황이 벌어질 때
속수무책 당하거나 지켜만 보는 일 없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회사와 조직, 내가 사는 동네와 가정이 바뀌고,
서로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는,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