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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혜진: 안녕하세요? 저는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다람 출판사’ 대표를 맡아서 책을 만들고 있는 박혜진입니다.
Q2. 방송과 책의 공통점·차이점은?
박혜진: 방송과 책은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밀접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은 굉장히 호흡이 빠르죠. 그리고 사실 방송을 접하는 우리 시청자 입장으로서 생각해봤을 때 수동적으로 자주 노출이 되기도 하죠. 그에 비해서 책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서점을 가고, 책을 둘러보고, 몇 페이지를 넘겨서 읽어보고, 이 책을 구매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어떤 긴 호흡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 모든 것은 자기의 적극적인 행동이 이루어졌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꽤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그런 작업이죠,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그런 점에서 차이점이 좀 있을 것 같아요.
Q3. 도서 기획 및 작가 발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나요?
박혜진: 보통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서 늘 귀를 기울이고 있는 편이고,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늘 생각하고요. 그리고 아직 이야기되지 않았지만,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걸 책으로써 던져 주고 싶다. 그런 주제를 좀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가족의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지고, “이 가족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저희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1인 가구이면서 비혼 여성의 삶을 그린 ‘혼자라는 가족’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권이 있는데, 이 책은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의 책인데, 엄마와 딸의 그런 아주 복잡다단한 어떤 갈등 관계, 그리고 상처받은 딸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저희 책이지만, 이 책을 한 번 보신다면 지금 이 시대에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Q4. 처음 책이 발간되었을 때 당시 느꼈던 감정?
박혜진: 잊을 수가 없죠. 왜냐하면 제가 대표를 맡고 처음으로 발간한, 출간한 책은 ‘그 이름을 부를 때’라는 제목의 책인데, 이것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삶에 관한 이야기고, 그 삶을 취재했던 송원근 감독의 이야기가 함께 담긴 에세이거든요.
수많은 희생자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던, 어떤 인물이 살아있었다. 그 존재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기억한다는 건 의미가 있다. 그 얘기를 함께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책을 이제 인쇄소에서 막 따끈따끈하게, 저에게 처음 제 손안에 왔을 때, 이거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내 자식 같다’라는 표현을 왜 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 온기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몇 번을 책 표지를 쓰다듬고, 책을 계속 넘겨 보고, 그 질감과 향기를 느꼈던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이 책이 과연 독자들에게 닿아서… 어떻게 읽힐까? 어떤 마음의 울림을 줄까? 그런 걸 상상하니까 굉장히 두근거렸던 그런 기억이 있죠.
Q5. 보석 같은 외국 원작 소설들은 어떻게 찾아서 출간하시나요?
박혜진: 그냥 일차원적으로는 아마존 도서 사이트를 엄청 뒤지기도 해요. 그리고 굿 리즈(Goodreads)라는 외국 도서에 대한 리뷰, 평이 담겨 있는 그런 사이트도 있어요. 거기도 많이 찾아보고, 그리고 이제 국내에 그런 해외의 좋은 작품들을 소개해 주는 에이전시가 있는데, 에이전시의 레터도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제 옆에도 지금 있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스몰 플레저(Small Pleasure)’라는 영국 소설인데, 이 책의 저자인 ‘클레어 챔버스’라는 아주 유명한 이 작가를 한국에 저희가 처음 소개하게 되었거든요. 이 책이 굉장히 이야기가 촘촘하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진짜 빠져나오기 힘든 그런 스토리를 가진 여성 서사입니다. 이미 해외 영미권에서는 굉장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분명히 매력을 느낄 것이다라고 확신했고요.
디 임플로이(The Employees)라는 이 책도 맨부커 상 최종 후보까지 오른 SF 소설입니다. 보통은 내러티브(서사)가 쭉 이어지는 그런 서사 방식을 취하는 게 이제 우리가 소설을 접할 때 느낌인데, (디 임플로이는) 아주 단편적인 진술의 모음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에요. 굉장히 시적이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갖고 있는 소설이어서 이 작품도 제가 많이 홍보했죠.
Q6. 청소년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이슈인데, 독서의 중요성과 청소년에게 추천하는 도서는?
박혜진: 문해력은 진짜 청소년들만의 이슈는 아닌 것 같아요. 성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듯한데, 최근에도 정말 그 데이터도 있더라고요. 오히려 어린이·청소년이 성인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었다. 어쩌면 “청소년들이 어떻게 시간이 없는데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라는 그런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입시에 필요한 필독서를 읽기 때문에, 원치 않는 비자발적인 독서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워낙 지금 독서를 하지 않는 풍토이다 보니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귀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청소년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좁을 수밖에 없잖아요. 독서를 통해서 그 경험치를 확장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굉장히 평면적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청소년들이 딱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저도 함께 읽게 되었는데,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의 조건이나 환경들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어쨌든 이 사회에는 공존합니다. 공존할 때 어떻게 이런 갈등과 연대를 하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그런 책이 있어요. 제목은 ‘순례 주택’이라는 책입니다.
Q7. 책과 가까워지는 법을 알려주신다면?
박혜진: 일단 처음 시작할 때 흥미가 있는 책을 저는 고르라고 하고 싶거든요. 뭐든 자기가 흥미로운 주제를 먼저 생각해보고,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걸 추천드리고.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돼요. 행여 읽다가 ‘어, 이거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거하고 좀 다르네?’ 할 때는 덮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대신, 내 동선 안에 굉장히 다양한 여러 종의 책을 두는 걸 추천드립니다. 뭐 화장실에도 있고, 잠자리 옆에도 있고. 그럴 때 조금씩 편안하게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Q8. 누군가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딸이라는 의미
박혜진: (나의 딸은) 기존의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좀 더 좋은 인간이 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존재라고 할까요? 엄마로서 뭔가 따뜻한 밥을 짓고, (딸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고, 그런 어떤 행위를 할 때, 한 존재를 잘 키워내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엄마인 제가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밥을 좀 떠올렸고요. 엄마는 굉장히 이제 연로하셨는데, 다 큰 딸을 위해서 아침에 그렇게 밥을 짓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내가 내 딸에게 느끼는 그 감정을, 엄마도 평생 나에게 그런 감정으로 나를 키워오셨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밥을 볼 때 좀 비슷한 감정이 같이 들죠.
Q9. 엄마에게 받은 상처 탓에 나도 내 아이를 엄마처럼 대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박혜진: 제가 이 책(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을 만들면서 좀 공감했던 지점은 그거였어요. 그러니까, ‘나’라는 인물이 이 우주에 나오게 된 것은 사실 나의 의지는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 아빠가 나를 여기 소환시켰지만, 내가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결정권이 생긴 그 이후부터는 나의 선택, 내가 선택한 삶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케이스(‘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저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엄마는 굉장한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남아선호 사상에 찌들어 있는 그런 세대의 엄마였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그런 게 아마 유전적으로 있을 거야’, ‘내가 아이를 낳으면 행여 나도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주면 어떡해?’ 이런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근데 어느 순간에 ‘아니지, 내가 그런 사랑을 받지 못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받고 싶었던 그 애정과 사랑, 돌봄, 따뜻한 말, 이런 것을 내 아이에게 내가 내 의지로 할 수가 있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 아이를 정말 애정과 사랑으로 정성스럽게 돌보다 보니, 그 아이의 모습에서 자기 어린 시절이 보이더라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자신이 마치 엄마가 됐고, 이 아이가 자기 어린 시절인 것처럼 생각되어서 오히려 자기의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그 마음들이 좀 치유가 되고, 이제쯤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조금씩 연해져 가고 있다, 그런 고백을 해주셨거든요.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고요.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는 내 삶을 내 의지로, 내 선택으로, 내 결정으로 뭔가 꾸려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저는 깊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Q10. 오늘 토크뮤지엄 인터뷰 소감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박혜진: 한국 소설 앤솔러지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이제 우리의 삶이라는 게 사실 각각 개별적인 ‘섬’ 같잖아요? 그러니까 그만큼 독립적이고 개별적이고 뭔가 연결된 지점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삶이 어쩌면 조금씩은 느슨하게, 혹은 굉장히 촘촘하게 얽혀 있다. 그렇게 기획이 된, 가칭 ‘얽힘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적 소수자 이야기를 해외 소설도 저희가 지금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조만간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을 것 같고요. 나와 너, 우리의 이야기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군‘위안부’, 경력단절 여성, 1인 가구, 모녀갈등 해소 등
다양한 여성 서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생각해봅시다.
¶ 이 콘텐츠의 주요 장면
00:42 방송과 책의 공통점·차이점
01:38 도서 기획 및 작가 발굴 과정
02:53 첫 책이 발간됐을 때의 감정
04:12 외국 소설 발굴 및 출간 과정
05:40 청소년 문해력 저하 문제 및 독서의 중요성
07:02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
07:48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이라는 의미
08:35 엄마에게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10:30 토크뮤지엄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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