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언어] 평등한 언어 사용하기
등록일
20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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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안녕하세요. 저는 김진해라고 합니다.

대학 선생이고요. <말끝이 당신이다>라는 책을 썼고요. 학생들과 반말하는(평어 쓰는) 교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Q. ‘반말 수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


김진해: 제가 평어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은 이제 학생들이랑 한 서른 살 이상 차이 나거든요? 

그런데 학생들한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친구를 떠올려 보라”고. 

“친구 한 세 명 떠올려봐. 그 친구들은 누구야?” 이러면 다 동년배들이에요. 

그러면 나는 자기들의 친구는 못 되냐 (물으면) 그러면 뭐 어물어물하고 머뭇댄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관계 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친구가 된다’라고 하는 그런 거예요. 

근데 우리가 평어를 쓰면 그 가능성이 열려요. 친구 같은 선생, 친구 같은 학생 이럴 수 있거든요. 그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역할을 뛰어넘어서 그 사람 자체를 보려고 하는 거거든요. 

20대의 젊은 사람이 50대, 60대의 나이 든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기껏해야 식당에서 사장님한테 “얼마예요?”, “뭐 주세요”, 짧은, 그냥 필요에 의한 대화이고, 그 사람 자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이 되게 궁금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구나. 나랑은 다르지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경험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평어를 쓰면 그런 조건이 형성돼요.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게 세대의 차이나 아니면 지위의 차이에서 오는 그런 입장의 차이일 수 있는데, 그걸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게 되는 거죠. 


우리가 개인으로 살다 보니까 개인이 먼저고 타인은 그다음 문제, 이렇게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때문에 개인이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관계라고 하는 것은 그냥 개인적 관계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놓은 관계입니다. 그걸 시스템이라고 하기도 하고, 장치라고 하기도 하고, 뭐 여러 가지, 질서라고 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 질서는 우리가 잘 못 느끼며 살죠. 질서가 얼마나 강하게 개인을 좌우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수업 때 ‘언어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가져온다’라는 이야기를 아무리 얘기해도 학생들은 ‘이 얘기가 시험문제에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별표하고 그것을 지식으로만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강의실 밖에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위계적 질서가 언어 장치에 어떻게 녹아 있느냐, 라고 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러면 강의실에서 기본값으로 정해져 있는 존댓말, 상호 존댓말 쓰는 이것을 뒤집어보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평어 쓰기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되게 간단합니다. 

한국어는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이 매우 발달 된 언어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상대방의 지위를 가져오거나, ‘사장님’, ‘과장님’, ‘교수님’ 이렇게 묶거나 아랫사람이면 ‘○○씨’, ‘○○님’ 이렇게 부르잖아요? 

아니면 ‘○○야’ 이렇게 부르는데, 이걸 평어 쓰기에서는 성을 빼고요, 뒤에 붙는 호칭을 빼고 (예를 들어) 그냥 ‘진해’라고만 부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저에게 ‘진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나머지 말들은 다 반말로 하는 겁니다. 간단하죠?


Q. 평어쓰기 수업, 학생들의 반응은?


김진해: 제가 보기에는 엄청났죠. 

처음에는 학생들이 반신반의? ‘정말? 정말 하자고?’ 그런 의심도 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또 어떤 학생들은 끝내 말을 덜 하는 학생도 있고요. 말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제가 보기에는 세 가지의 감정이 섞여 있더라고요. 

하나는 막 되게 혼란스러운 거예요. 왜 혼란스럽냐? 

우리가 쓰고 있는 이 ‘언어’라고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매우 자연스럽게 배워왔기 때문에, 이 언어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강력한 거죠. 

그런데 그런 강력한 언어 장치 속에 우리가 둘러싸여 있다고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실감하게 됐다. 그럴 때 오는 혼란스러움이 있습니다. 

존댓말 쓰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어떨 때 (특정 상황에) 반말 쓰는 건 너무 당연한 건데, 그걸 흩트려놓는 거잖아요. 

그 흩트려놓은 것 속에서 강의실 밖에 있는 그 자연스러움이 이제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죠. ‘꼭 저렇게 써야 해?’라고 하는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 두 번째 얻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고 강력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에 있는 이 한 50명 정도의 사람이 “써볼까?”라고 하는 이 작은 약속만으로도 쉽게 허물어트릴 수 있다, 

라고 하는 건 아주 큰 깨달음일 수 있고 즐거움일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이 새로운 관계 실험에 대해서 함께 한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이 소통이 잘 되고, 훨씬 친밀해졌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다른 수업을 들을 때 보면 이 거리가 딱 정해져 있거든요.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도,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도 딱 정해져 있습니다. 

정해져 있는 가운데 이 수업 때 뭔가 이렇게 ‘한 걸음 더 다가갔을 때도 안전하구나’라고 하는 그걸 느끼니까 우리가 자연스러운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한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조금 비트는 것도 ‘나를 그렇게 위험하게 만드는 건 아니네!’라고 하는 그런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같아요.


Q. 평등한 언어를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김진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나의 노력에 의해서 나의 언어가 바뀌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노력해도 잘 안 바뀌는 사람도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게 도리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고, 평등한 언어를 쓰려고 하는 그런 노력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세요. 

받아들이고 관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언어를 저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

‘다만 그걸로 끝내지는 말자.’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언어를 애써서 바꾸는 이유를 알아야 하거든요. 

우리가 말을 바꾸는 이유는, 또는 말을 계속하는 이유는 내 얘기를 상대방에게 닿게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내 얘기에 동의해줘’라고 하는 그 마음 때문에 애써서 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의 새로운 언어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귀를 닫은 사람이 있으면 

제일 편한 건 ‘안녕, 잘 가’ 이러는 건데, 그래도 이리 오라고 해야죠. 

‘이리 와서 나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등한 언어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스스로는 계속 반복적인 노력을 많이 해야 하죠. 

많이 해야 하고, 언어를 바꾸려고 하는 노력만큼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과 제도의 변화를 추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긴 하는데, 언어만큼은 그런 관심과 노력을 잘 기울이지 않는다는 그런 게 있어요. 

반대로, 언어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도 함께 할 때 언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넓은 시야에서 근원적인 변화와 같은 것들을 모색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교수님이 생각하는 평등한 언어란, 한마디로?


김진해: ‘불평등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도달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언어다.’

평등한 언어 사용을 통한 새로운 관계실험, 김진해 교수님 수업을 통해 만나봅니다.
언어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와 평등한 관계로의 전환, 
그 가능성에 대해 함께 나눠봅시다.


¶ 이 콘텐츠의 주요 장면
00:25 반말 수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04:12 평어 쓰기 원칙
04:29 평어쓰기 수업, 학생들의 반응은? 
07:05 평등한 언어를 사용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09:08 평등한 언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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